'BTO'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5.08 Oh, Inchon!
  2. 2009.04.24 수조원대 국민혈세를 강탈해간 인천공항철도사업



박흥수 | 조합원




  1980년대까지는 서울 곳곳에 극장들이 제법 많았다. 이 극장들은 이른바 개봉관이라 불리는 국제, 국도, 대한, 단성사, 피카디리, 허리우드 등 서울도심 4대문 안의 1류 극장들과 외곽지역의 2류 극장인 재개봉관, 한물 간 영화 두 편을 묶어 틀어주는 동시상영관과 쇼도 보고 영화도 보는 극장들로 이루어진 3류 극장이 있었다. 필자가 살고 있던 영등포는 철도를 통해 들어오는 서울의 관문 같은 곳으로 일찍부터 상가가 발달해 있었고 도시빈민이 밀집해 살아 유동인구가 많았다. 영등포에는 연흥, 경원, 영보, 서울 극장이 시장 로타리길을 타고 재개봉관으로 주민들의 인기를 끌었고, 신길동쪽의 경신, 양평동쪽의 남도극장은 3류 극장이었다. 이중 연흥극장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데 당시 미아리의 대지극장, 천호동의 천호극장, 남영동의 성남극장, 가좌동의 은좌극장은 연흥극장과 더불어 중견 극장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 극장은 독특한 영업사원을 두었는데 자전거 프레임에 영화포스터를 말고 스테플러 하나를 챙겨 동네를 돌았다. 이들 영업사원은 동네를 돌면서 쌀집이나 문방구, 구멍가게, 만화방 등의 벽에 포스터를 붙이고 포스터를 붙일 때 마다 가게 주인한테 초대권이란걸 주었는데 가게 주인들은 이렇게 받은 극장 초대권을 사람들에게 팔았다.
  이렇게 초대권을 사면 정상적인 영화 가격보다 싼 값으로 영화를 볼 수 있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초대권을 구해서 영화를 보러갔다. 아마도 고등학교 1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자전거 극장맨이 갑자기 길을 걷던 필자 앞에 서더니 초대권 한 뭉텅이를 주고 말없이 사라졌다. 영화의 제목은 ‘오! 인천’이었다. 한국을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구해낸 유명한 인천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스펙타클 초대권 한 뭉치는 학교 교실에서 작은 종이 헬리콥터로 만들어져 4층 아래의 운동장으로 날았다. 시험기간에 종영날짜가 단 하루 남은 초대권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Oh, Inchon!

  ‘오, 인천!’은 전설의 프로야구단 ‘삼미 슈퍼스타즈’ 같은 영화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도자 문선명 선생이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아 눈물을 흘린 끝에 좌경, 용공사조에 물든 세상을 구원하고 맥아더 장군의 거룩함을 다시 한번 남한을 비롯한 전 세계 민중들에게 환기시키고자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자하여 영화제작에 나선다. 허리우드에서 한국전에 관계된 영화를 만드는 것은 국가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 판단하신 전두환 대통령께서는 적극적인 마음의 지원을 천명했다. 메가폰을 잡은 사람은 지금의 CSI과학수사대를 제작한 제리부룩하이머 정도의 명성을 갖고 있던 007시리즈 영화세편을 만든 테렌스 영이었다. 주연배우는 역시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노익장을 과시하며 열연을 펼쳤다.

  공식 제작비는 440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는데 9000만 달러 이상 들어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현재와 같은 CG기술을 사용할 수 없었던 시기인지라 전쟁이라는 대규모 스펙타클을 찍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지만, 코메디 같은 사건들로 시쳇말로 돈을 처바르게 된다.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등대 세트가 태풍에 날아가 버린다거나 상륙작전을 감행해야 할 배들이 조감독의 실수로 엉뚱한 곳으로 달아나버려 처음부터 다시 찍었다는 촬영후일담은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간증이었다. 백미는 맥아더를 환영하는 군중신이었는데 촬영을 하고나니 군중들이 너무 적어 요즘 일요일 오전에 하는 재연드라마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나왔다. 엑스트라를 더 투입해 촬영했으나 이마저도 앞 장면과의 아구가 맞지 않아 300만 달러를 더 들여 촬영을 완성하는 고투를 겪게 된다. 이 영화에는 한국의 명배우들도 대거 참여했는데 현재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의 부친 남궁원, 연기파 배우 이낙훈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KBS방송에 출연하여 ‘오! 인천’을 보는 것은 애국의 한길로 일떠서는 일이라며 단순한 영화 홍보가 아닌 국민의 도리를 지켜야 함을 역설했다. 
  여기에 예술분야에 대한 발언이 별반 없었던 한국자유총연맹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오! 인천’을 보는 것은 반공과 애국의 길에 나서는 것이라는 이례적인 성명도 발표된다.

깐느를 감동의 도가니로

▲ 재클린 버셋 “돈이 아니면 나오지도 않았죠”

  5년의 파란만장한 제작기간을 거친 이 대작은 결국 칸에 초청되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우리 조선일보는 ‘깐느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간 화제의 걸작’이라고 제목을 달아 썼고, 이 신문을 본 시민들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명작에 대해 뜨거운 자부심으로 애국의 기치를 높였다. 칸에서 2시간 20분이라는 상영시간을 다 채운 뒤 영화제작진은 칸의 충고를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칸에서는 2시간 20분 동안 감동의 물결에 젖어있기에는 심신이 너무 고통스러우니 조금 줄였으면 한다는 사람들의 조언이 앞을 다투었고, 결국 35분을 잘라내 1시간 45분짜리 영화로 재편집된다.
  특히 이들 잘라내버린 필름 중에는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출연배우가 “제발 자기 나오는 분량 좀 빼달라”고 사정해서 빠진 부분도 있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예사로운 영화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주인공으로 나오는 재클린 버셋은 토크쇼에 나와서 돈 때문에 찍었고 자기는 영화를 보지도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결국 이 영화는 상복도 터지게 되는데 골든 래즈베리상 6개부분 후보에 올라 무려 4개를 싹쓸이 하게 된다. 당시 전두환 국왕폐하를 위한 신문인 서울신문은 “한국전(戰)영화의 쾌거”,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헐리웃의 권위 있는 관계자들이 선정하는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영화”라며 한국전 배경영화의 쾌거를 극찬했다.

  다음은 골든 래즈베리상의 수상내역이다.

  ․ 1982년도 골든 래즈베리상
  ․ 최악의 영화상
  ․ 최악의 각본상
  ․ 최악의 남우주연상 (로런스 올리비어)
  ․ 최악의 감독 상 (테렌스 영)
  ․ (노미네이트) 최악의 남우조연상 (벤 가자라)


오! 인천철도

  요즘 한창 뜨는 개콘의 봉숭아학당 코너를 보면 빼짝 마른 친구가 나와 스타가 되고 싶냐며 명함을 뿌린다. 스타는 아니지만 부자가 되고 싶으면? 게다가 내 돈은 한 푼도 안들이고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떼돈을 벌고 싶으면? 떼돈도 정부가 거져 주는 돈이라면? 방법은 간단하다. 사회간접자본 민간투자유치 사업에 뛰어들면 된다.
  민간투자유치사업이란? 흔히 BTO(Build-Transfer-Operate)방식으로 불리는데 국가재정의 부족을 민간자본의 투자로 대체해서 사회에 꼭 필요한 기반시설을 유치한다는 취지다. 민간자본이 사회기반시설의 완공과 동시에 시설의 소유권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이전된다. 사업시행자인 민간자본은 일정기간(보통 20-30년)의 관리운영권을 갖고 시설을 운영함으로써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민간자본과 국가 또는 지자체는 시설운영과 관련해서 계약을 맺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민간자본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을 때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국가보조금은 앞서 말한 수요량 예측에 따른 예상수익을 기준으로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그럼 이 과정에서 돈은 어떻게 벌 수 있는가? 일단 건설비는 국가가 보장해 주는 사회간접자본이니까 은행에서 대출받으면 된다. 또는 PJ(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 불리는 투기성 투자금을 모아도 된다. 그러므로 당장 내 돈은 한 푼도 안 들어 갈 수 있다. 두 번째는 수요량 예측이다. 사실 이것이 돈 버는 핵심인데 무한정 부풀리면 되는 것이다.

돈 버는 비밀, 수요량 부풀리기

  서울-춘천간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민간 사업자는 5만2천대의 하루 교통량을 예상했지만 감사원과 국토연구원조사결과는 민간사업자의 절반에 불과했다. 서울의 서초구와 경기도 과천을 잇는 우면산 터널의 경우 총 1384억의 공사비가 들었지만, 30년간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운영비는 공사비의 18배에 달하는 2조 5천억이나 된다. 2004년 6월 정부의 인천공항철도 실시계획 승인확인서에 따르면 2007년 실시협약 예상 수송수요는 1일 20만 7421명인데 반해 한국교통연구원이 조사한 인천공항 1일 입출국자 예상인원은 8만 명에 불과하고 환송객, 공항종사자, 승무원 등을 포함한 항공관련업체 종사자 등을 포함한 총 이용인원도 13만 8316명에 불과하여 당초 예상수치에 훨씬 못 미쳤다. 공항이용객과 관련종사자들이 택시, 자가용, 통근버스, 공항리무진 등 다른 교통수단을 제쳐두고 모두 공항철도를 이용해도 예상수송수요를 감당해 낼 수 없는 수치를 전문적 검토 끝에 나온 결과라고 들이밀었다.
  이들 민간 사업자들은 수입이 나면 나는 대로 좋고 안 나도 뻥 튀겨 놓은 예상수익률로 정부보조금을 받으면 되니 이렇게 좋은 사업이 어디 있는가?

전 철도청장 정종환 장관의 작품

  인천공항철도 민자유치가 되던 1998년으로 타임머쉰을 타고 간다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이다. 민간사업자들과 정부의 사업체결식에서 정부 측 대표가 당시 철도청장이었던 정종환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천문학적인 건설비가 들어가는 인천공항철도 사업에 민간자본을 유치하게 되어 정부의 재정부담 감소와 민간운영기법 도입으로 인한 경영합리화로 철도운영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게 되었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오늘날 유령철도가 된 인천공항 철도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뚜껑을 열면 열수록 끝없이 많은 문제만 생겨나고 있다. 노선설계의 적절성, 공항이용 편의성, 고속도로와의 상호 보완성, 전력방식, 수요예측 등 모든 것이 주먹구구요 땜질처방으로 일관되어 있다. 소위 국토부의 전문가들과 민간기술자들이 한 일이라곤 어떻게 하면 국민세금 거덜내는냐 경쟁한 것 밖에 안 되는 형상이다.
  이미 건설단계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은 문제점을 지적했고 대안마련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모르쇠로 일관했던 정부는 이 부실덩어리를 철도공사에 떠넘기고, 자신들의 책임을 슬그머니 덮으려고 하고 있다. 더구나 이 과정도 아무도 모르게 유령이 결정해 버렸다.

인수는 했으나, 인수를 결정한 사람은 없다?

  철도공사는 인천공항철도 유치를 경찰청에서 오신 분과 관계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누가 이 중요한 사항을 결정했다는 것인가? 우리는 강경호 전 사장이 뇌물수수로 물러난 이후 사장 없이 지내왔다. 철도공사의 최고 정책결정권자가 없는 상황에서 인천공항철도 인수가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현 사장인 결정한 것도 아니면 유령이 결정했다는 것인가?
  인천공항철도의 철도공사인수 과정도 국토부의 보도자료 하나로 달랑 발표되었다. 인천공항철도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이런 결과를 가져온 집단과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더욱이 정부는 철도공사에 대해서 5천여 명이나 되는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한 자구노력을 통해 적자를 한 푼이라도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부실 덩어리를 아무 대책 없이 떠넘기고 있다.

인수에 앞서 진상 규명이 선행되어야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국토부는 철도구조개혁을 이야기 하면서 입만 열면 기반시설은 정부가 책임질테니 철도는 운영에만 신경쓰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과다한 선로사용료 요구로 정부의 기반시설 투자책임은 방기한 채 철도 적자타령으로 국민들에게 철도는 부실기업이라고 쇠뇌시키고 있다.
  인천공항철도인수에 따른 철도공사 부실도 시간이 지나면 철도공사의 경영부실의 문제로 치환되어 역시 공기업은 안되니까 민간경영기법을 도입하자고 나설 것이다. 대책 없는 인천공항철도의 철도공사 인수는 정책실패의 책임을 덮고 이후 의도적으로 부실을 키워 철도 민영화의 구실로 삼을 수 있는 트로이의 목마이다. 지금이라도 철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라면 인천공항철도의 문제들에 대해 명확한 규명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철도공사로의 인수는 문제를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며 대안을 찾은 후에 해도 늦지 않다.


2009/04/24 - [서기지부] - 수조원대 국민혈세를 강탈해간 인천공항철도사업

Posted by 서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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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님이 프레시안에 게시한 칼럼을 퍼온 글입니다. 원문보기



"'7% 철도',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싶다!"

난 인천공항철도다. 정말 면목이 없다. 2007년 개통 이후 승객수가 예상에 비해 7%에 불과하다. 부실덩어리,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한국철도공사로 넘어갈 모양인데 그 집안에도 민폐를 끼칠 것 같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버렸는가? 이제라도 나를 알고 싶다.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들은 이야기

▲ 인천공항철도. ⓒ연합
지금까지 내가 들은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1990년 인천 영종도가 신공항 입지로 선정되었다.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필요해졌고, 정부는 도로와 철도 건설을 검토했다. 그런데 돈이 부족했다. 묘안이 나왔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이자'고.

문제의 씨앗은 여기서 시작된 듯하다. 정부는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만들었다. 일명 BTO 민간투자법이다. 민간자본이 건설하고(Build), 정부에게 소유권을 넘기되(Transfer), 일정기간 운영해(Operate) 투자 원리금을 회수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지출이 큰 SOC사업을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민간에게 맡기고 투자비를 장기간 나누어 지급하면, 초기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길게 보면 조삼모사이지만 당장 재정 부담을 피하고 싶었던 거다. 문제는 민간자본이 들어오면서 '수익극대화'도 같이 밀려 왔고, 민간자본 유치를 위한 '특혜' 의혹도 번져갔다는 점이다.

어쨌든 정부는 1998년 현대건설 콘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콘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회사들도 대림그룹, 포스코건설 등 대부분 건설회사들이었다. 나를 만드는 데 든 비용은 총 4조 원이다. 정부가 1조 원을 지원하고 현대건설 콘소시엄이 3조 원을 조달했다. 민간회사들은 준공 이후 30년간 나를 운영하면서 투자 원리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마침내 2001년 3월 23일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철도주식회사와 건설 협약을 체결했다. 나의 운명이 결정된 날이다. 그리고 6년 후인 2007년 3월 나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사이 1단계 운행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서울역까지 갈 예정이다.

이건 대형 국가재정 사건이다

요즘 힘들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나를 이용한 승객수가 사업협약서가 예측한 것에 비해 7%라니! 얼마 전 정부가 다시 계산해 보았지만 계약이 완료되는 30년 후에도 실제수요는 여전히 예측수요의 33%에 머물 것으로 나타났다.

미안하다. 이로 인해 내가 당신들의 귀한 세금을 축내고 있다. 그것도 천문학적인 규모로. 계약서에 있는 최소운영수입보장 항목 때문이다.

정부와 인천공항철도주식회사는 협약서를 작성할 때 앞으로 승객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예측수요의 90%까지 정부가 보상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김포와 인천을 오갈 때마다 당신들의 세금이 인천공항철도주식회사로 빠져 나간다. 2007년 1040억 원, 2008년 1666억 원. 앞으로 30년간 얼마나 될까? 놀라지 마라. 연평균 4610억 원, 총 13.8조 원이다. 이건 내가 보기에도 대형 국가재정 사건이다.

민간회사는 왜 나를 매각하려 할까?

이곳저곳에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이상하다. 갈수록 나의 건설 과정에 무엇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나에게 투자한 민간회사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들은 내가 개통한 지 2개월 만인 2007년 5월 금융투자자들과 지분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승인해달라고 정부에게 요청했다. 준비과정을 생각하면 내가 운행도 시작하기 전에 나를 팔아버릴 작정이었던 셈이다. 30년 동안 나를 돌보겠다고 해놓고선....

난 민간회사들이 나를 장기간 운영하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이들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 덕분에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받고 있다. 요새 같은 저금리에 보통 사업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를 넘기겠다니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혹 이들에게 숨겨야 할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이 아닐까? 매년 40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낭비하는 나에 대한 진실 말이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당사자로서 대형 국가재정 사건이 사회적으로 더 뜨거워지기 전에 빠져나가려는 것은 아닌가?

난 알고 싶다. 내가 정말 그렇게 시급한 사업이었을까? 2000년 인천공항이 개통되면서 같은 해 이미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운행을 시작했는데, 이듬해인 2001년에 정부는 나를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신들도 궁금할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수요를 높게 잡을 수 있었을까? 보조금을 많이 받아내기 위해 예측수요를 부풀린 것 아닌가? 감사원조차 민간회사의 수입보장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탄했는데, 민간회사들이 이를 악용한 것은 아닐까?

지금 옆집 인천공항고속도로도 수요가 예측치의 절반에 불과해 속을 썩이고 있다. 올해 10월이면 인천대교까지 개통될 예정이다. 두 친구 모두 최소운영수입보장율을 80%로 보장받았는데, 인천공항고속도로는 개통 이후 어느새 5000억원 이상 정부 보조금을 받아 갔고, 인천대교는 개통도 하기 전에 벌써 '세금 먹을 하마'로 불리우고 있다. 인천공항 가는 길에 BTO 3형제가 박 터지게 생겼다.

사건 규명을 외면하는 정부

▲ 인천공항철도가 '탄생'할 당시 철도청장이었던 정종환 현 국토해양부 장관. ⓒ뉴시스
정부의 태도는 더 이상하다. 지난 3월 30일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민간회사들의 지분 매각 요청을 사실상 받아들였다. 금융투자자 대신 한국철도공사가 나를 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건이 바뀌었다. 한국철도공사에게 적용되는 최소운영보장수입율은 90%가 아니라 58%이다. 그만큼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보조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나 만큼 가엾은 것이 한국철도공사다. 공기업으로 수익을 추구하진 않는다 해도 58% 보장율로는 나를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도 적자로 고생하는데 정말 안됐다. 철도선진화계획에 따라 내년까지 영업적자를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민영화된다고 하던데.....

난 정부가 민간회사들의 매각 요청을 보류시키고 사건의 진상을 조사할 줄 알았다. 고작 예측의 7%에 불과한 수요, 그로 인한 천문학적인 정부보조금, 이를 보면서도 그냥 넘어가다니, 정말 호탕한 정부다.

그 런데 혹시 정부에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시 민간자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이 사업을 승인해 준 당사자가 바로 정부다. 과연 민간회사가 내놓은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했을까? 총건설비가 4조원이 드는 국책사업인데, 이후 예측수요의 90%를 보장해 주어야하는 사업인데, 수요 산정이 정확한지 꼼꼼히 따져나 보았을까? 그 자료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요즘 알아낸 사실들

요 사이 내가 새롭게 접한 사실들이 있다. 나를 만들 때 '예비타당성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조사는 국책사업으로 공사규모가 500억 원 이상일 때 실시되는 것인데, 이 제도가 도입되기 직전에 현대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는 바람에 나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단다.

수소문 끝에 몇 사람 이야기도 들었다. 당시 계약에 서명한 정부 측 대표자는 철도청장이었다. 지금 이 분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있다. 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다면 이 분이 조사책임자이면서 피조사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어쩌나!

▲ 인천공항철도 계약 당시 건교부 장관으로 참석했던 김윤기 전 장관은 현재 인천공항철도 사장이다. ⓒ연합
또 한 사람 있다. 당시 주무장관으로 계약에도 참석하신 건설교통부 장관이다. 이 분은 2001년 3월 23일 나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이틀 후인 25일 장관직을 떠났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04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공직자는 관련 사기업체에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 한다) 인천공항철도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이 분은 지난번엔 건설계약 승인자였고 이번엔 지분매각 요청자로 전면에 서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을 밝혀 달라

난 지지리도 운이 없다. 예비타당성조사 자료가 없다니, 나의 건설을 결정하신 분들이 지금 사장님, 장관님이라니...이러다간 내 비밀을 알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사장님, 장관님 대신 당신들에게 편지를 쓴다. 난 7% 철도라는 불명예를 견디기 힘들다. 더 이상 '세금 먹는 하마'가 되고 싶지 않다.

이제 곧 한국철도공사가 민간회사의 지분을 인수해 새 주인이 될 모양이다. 그 전에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정말 내가 그렇게 급히 태어나야 했는지, 도대체 아이들도 비웃을 예측수요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었다던데 정부는 어떻게 검사를 했는지.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태어난 많은 나의 친구들이 비슷한 처지에서 하소연하고 있다. 세금을 내는 건 바로 당신들이다. 제발 내 출생의 비밀을 밝혀 달라.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Posted by 서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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