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가 노조 간부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해 노조 길들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7일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최규성(전북 김제·완주) 의원은 "철도공사는 지난 3월 19일 허준영 사장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철도노조 간부와 조합원 322명(중복 포함)을 고소·고발했다"며 "이러한 고소·고발 남발은 일방 통행식 '노조 길들이기' 차원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3월 19일 사장 취임 반대 기자회견 관련 71명, 4월 23일 인력감축 이사회 규탄대회 관련 20명, 6월 30일 경의선 개통반대 농성 관련 122명, 7월 작업규정 지키기 투쟁 관련 14명, 9월 8일 하루 경고 파업 42명, 9월 16일 차량지부 조합원 총회 관련 53명 등 모두 332명을 고소·고발했다.

최 의원은 "사장 취임 당시 자신을 '허철도'라고 불러 달라면서 철도공사를 외압으로부터 막아내고 조직의 수장으로서 내부 임직원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경청하겠다는 다짐은 어디 갔느냐"면서 "아버지가 자기 자식들을 법정에 세우고, 감옥에 보내면서 어떻게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CEO가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은 또 "외풍을 막아내야 할 허 사장은 부실덩어리 인천공항철도는 아무런 소신 없이 인수에 나서고,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에는 경찰력 동원으로 일관해 노조의 권리마저 억압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특히, 허 사장은 정부의 지시는 충실히 따르며 이행하는 꼭두각시로서 내부의 불만은 묵살하거나 경찰청장 출신답게 경찰력으로 억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허 사장은 "인천공항철도 인수는 외풍을 막지 못해서 인수하는 게 아니"라고 답하고 "내부직원 문제는 노조직원도 다 같은 직원이기에 한 없이 사랑하고 있지만,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그리고 철도발전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른) 그런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 사장은 "제가 부임할 때도 (노조의) 행패가 얼마나 심했는지 모른다, 차를 발로 차고 차 앞에 드러눕고 완전 무법천지 같았다"면서 "그 이후에도 억지파업과 태업을 하고, 하루만 파업한다고 억지파업을 했는데 그 날 하루만 8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래서 이제는 국민을 볼모로 삼는 억지파업은 용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그렇다면 다른 일반 기업의 CEO도 이렇게 고소고발을 남발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허 사장은 "다른 기업은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 공사처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다시 "그렇다면 허 사장은 하늘에 맹세코 모든 법을 다 지켜왔느냐, 우리 사회에는 용서가 있고, 인화와 화합이라는 게 중요하다"며 "왜 내 자식들이 그렇게 반대하고 규탄하고 했는지를 제대로 알아 보려고는 하지 않고 고소·고발만을 남발하느냐, 그렇게 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다그쳤다.

이어 질의에 나선 민주당 강창일(제주도 제주시갑) 의원도 "노사문제에 있어서 경찰청장 출신이라 그렇게 고압적인가, 법과 원칙도 국민을 위한 법과 원칙이어야지 권력을 위한 법과 원칙이어서야 되겠느냐"며 "노사분규가 없는 게 국민을 위해서는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또 "대통령도 소통을 강조하는데, (노조와) 대화하고 소통하라"면서 "자르고 고발하고 그런다고 해서 모두 해결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 사장은 "저도 의원님 못지않게 노조를 사랑한다"고 답했다.




"철도공사-철도시설공단 재통합해야"

철도산업 구조개혁에 따라 철도청에서 분리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이 재통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선진당 이재선(대전 서구을) 의원은 7일 오후 대전 철도시설공단에서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한국철도공사 및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정부는 철도 경쟁력 강화 및 경영의 효율화를 목적으로 철도 시설은 국가가 소유 및 관리하는 개념에서 2004년 1월 철도시설공단을 설립하고, 철도 운영은 공사가 맡는 개념으로 2005년 1월 분화됐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공사와 공단이 분리한 이후 철도경쟁력 강화 및 경영의 효율화 측면에서 별다른 개선이 없는 상태"라며 "오히려 양 기관의 부채가 증가하고 인력과 조직, 장비 등 과다중복업무에 따른 예산낭비 요소가 많아 경쟁력이 상실되고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철도공사의 경우 운영적자가 심각해 지난해에만 8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보는 등 해마다 부채가 증가해 올 연말이면 누적부채가 9조 1196억 원에, 이로 인한 이자만 매년 2500억 원에 달한다는 것.
철도시설공단의 경우에도 특별한 자체수입 없이 운영비 대부분을 국가에서 지원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채권 발행을 통해 자체 조달하고 있는 실정으로 이자 비용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 작년도에는 3400억 원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특히, 양 기관의 예산문제도 심각하지만 이해관계 상충에 따른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례로 하나의 역세권이 시설공단과 공사 소유로 분할돼 양자간 및 지자체간 이해관계가 충돌되면서 역세권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뿐만 아니라 유사업무에 따른 인력과 장비에서도 업무가 중복돼 행정력의 낭비를 가져오고 있으며, 특히 양 기관이 보유한 장비와 운용인력의 경우 장비구입 및 관리비 등 6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중복투자 되고 있다"면서 "공기업의 중복투자 등 방만함을 줄이고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사업무기관인 공사와 공단의 재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은 "운영 측면에서 보면 인력이나 시설, 업무 등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며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운영 측면에서만 보면 낭비요인을 없애고 일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양 기관을)통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반면 조현용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철도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도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양 기관을 통합하게 되면 부채가 더욱 늘어나게 되어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코레일 공항철도 매입 “실패한 사업 떠넘기기”
국토해양위 국정감사...“허준영 사장 부실사업은 떠안고 노조는 탄압하고”

국정감사 사흘째인 7일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무리한 인천공항철도 인수 문제를 짚었다.

김성순 민주당 의원은 “인천공항철도 부실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도 하지 않은 채 적자를 내고 있는 코레일에 이를 매입하도록 한 것은 정부가 실패한 민자사업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순 의원에 따르면 코레일은 2009년 9월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인천공항철도의 총 발행 주식수 중 88.8%에 해당하는 현대건설 등 민간지분 1억 6534만 5600주를 1조 2064억에 매입하기로 의결하고 매입대금은 채권발행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코레일은 2009년 발행 예정이었던 1조 6507억 원의 채권에 1조 837억 원을 추가로 발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성순 의원은 “부채가 6조 원이 넘고 연간 2500억 원이 넘는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코레일의 경영은 더욱 부실화 될 것”이라며 “인천공항철도를 국유화한 후 코레일에 위탁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규성 민주당 의원도 코레일이 제출한 ‘공항철도 인수에 따른 철도공사 중장기 재무전망’이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코레일의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철도 인수 이후 2010년 코레일은 전년 대비 영업수익이 8천 억 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최규성 의원은 “2006년 공사 출범 이후 영업수익이 연평균 3조 5천 여 억 원인데 2010년 8천 여 억 원이나 늘어나는 것은 요술이라도 부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목표수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규성 의원은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취임한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철도노조 조합원 및 간부 322명(중복포함)을 고소고발 한 것에 “노조 길들이기 차원의 행동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규성 의원은 “허 사장이 6개월 간 보인 경영행태는 부실덩어리 인천공항철도를 아무 소리도 못하고 인수한 것과 노사 간 대화와 협조보다는 경찰력을 동원한 제재조치로 일관해 노동조합의 기본권마저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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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인천공항철도 문제점의 실체를 규명하고, 책임자는 처벌해야 합니다.

 




□ 인천공항철도가 국민적 의혹으로 등장했습니다.
지난 3월 30일 국토해양부는 ‘인천공항 철도 민간투자사업 합리화 대책’을 발표하여 부실덩어리 인천공항철도를 한국철도공사가 인수하는 방안을 내 놓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철도공사 인수의 옳고 그름에 앞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수많은 의혹들이 명쾌히 해명되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인천공항철도는 07년엔 1040억원, 08년엔 1666억원의 국민세금이 지출되었으며, 2040년까지 총13조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세금을 삼킬 예정입니다. 하지만 왜 이렇게 엄청난 금액의 국민혈세가 지출되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정부가 인천공항철도 수요예측이 과도하게 부풀려졌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사업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의혹은 더욱 증폭되었습니다.


□ 민간투자자에게 과도한 특혜가 부여되었습니다.
인천공항철도의 부실은 현대건설컨소시엄에 제공된 과도한 수익률 보장과 법령을 위반하며 협약이 승인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02년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당시 민자사업자의 무리한 재정지원 요구로 협상이 지체되어 건설기간이 길어졌으며, 정부가 세워야할 사업계획을 민자사업자에게 수립·확정케 하면서 관계 법령도 위반하였습니다. 또한 인천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이 직결운행이 어렵게 되어 4,534억원이라는 공사비가 낭비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지만 당시 관련자에 대해서는 ‘주의’와 ‘통보’ 조치만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협약당사자들은 지금 한명은 국토해양부장관으로 한명은 인천공항철도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해, 현재 인천공항철도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 부실에 대한 책임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선행돼야 합니다.

연일 계속 되는 언론보도로 인천공항철도의 부실은 국민적 의혹으로 확산되었지만 국토해양부와 관련 정부부처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합니다. 또한 최대 국책 사업 비리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고자 정부 지원 부족으로 인해 일년에 수천억원씩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철도공사로 하여금 조기에 인수코자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노력이 없다고 판단되기에 국민이 직접 나서 인천공항철도 문제의 실체를 규명하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첫째, 2001년 협약 체결 당시 정부는 왜 현대건설컨소시엄에 법령까지 위반하며 과도한 특혜를 베풀었습니까?
둘째, 당시 현대건설컨소시엄은 사업계획 작성과정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했습니까?
셋째, 현재 실제수요가 예측수요의 7%에 불과합니다. 예측수요 부풀리기가 없었습니까?,
넷째, 협약 체결 직후 정부책임자인 당시 건설교통부장관과 철도청장은 공직을 떠났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민간투자사업을 공직 사임 직전에 체결하고 떠난 이유가 무엇입니까?
다섯째, 인천공항철도 인수과정에서 정부는 현대건설컨소시엄에 얼마를 보상할 계획입니까? 정부의 귀책사유, 민간사업자의 귀책사유를 꼼꼼히 따져 보았습니까?
여섯째, 인천공항철도를 비롯해 민간투자사업 전반이 부실덩어리입니다. 이번 기회에 민간투자사업 전체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인천공항철도 부실 진상 규명을 위한 국민대책위”는 앞으로 내부에 각계 전문가들로‘국민조사단’을 구성하여 위에 제시된 의혹들을 규명하고, 국민들에게 이 사건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책임당사자가 드러나면 법적 조치를 요구할 것이며, 민간자본에게도 특혜사실이 드러나면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을 환수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009년 5월 21일



인천공항철도 부실 진상 규명을 위한 국민대책위원회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공공운수연맹, 운수노조, 서울지역사회공공성연대회의, 빈곤철폐를위한사회연대,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화연대, 사회공공연구소,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철도노조,  철도지하철안전과공공성강화를위한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1차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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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님이 프레시안에 게시한 칼럼을 퍼온 글입니다. 원문보기



"'7% 철도',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싶다!"

난 인천공항철도다. 정말 면목이 없다. 2007년 개통 이후 승객수가 예상에 비해 7%에 불과하다. 부실덩어리,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한국철도공사로 넘어갈 모양인데 그 집안에도 민폐를 끼칠 것 같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버렸는가? 이제라도 나를 알고 싶다.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들은 이야기

▲ 인천공항철도. ⓒ연합
지금까지 내가 들은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1990년 인천 영종도가 신공항 입지로 선정되었다.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필요해졌고, 정부는 도로와 철도 건설을 검토했다. 그런데 돈이 부족했다. 묘안이 나왔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이자'고.

문제의 씨앗은 여기서 시작된 듯하다. 정부는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만들었다. 일명 BTO 민간투자법이다. 민간자본이 건설하고(Build), 정부에게 소유권을 넘기되(Transfer), 일정기간 운영해(Operate) 투자 원리금을 회수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지출이 큰 SOC사업을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민간에게 맡기고 투자비를 장기간 나누어 지급하면, 초기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길게 보면 조삼모사이지만 당장 재정 부담을 피하고 싶었던 거다. 문제는 민간자본이 들어오면서 '수익극대화'도 같이 밀려 왔고, 민간자본 유치를 위한 '특혜' 의혹도 번져갔다는 점이다.

어쨌든 정부는 1998년 현대건설 콘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콘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회사들도 대림그룹, 포스코건설 등 대부분 건설회사들이었다. 나를 만드는 데 든 비용은 총 4조 원이다. 정부가 1조 원을 지원하고 현대건설 콘소시엄이 3조 원을 조달했다. 민간회사들은 준공 이후 30년간 나를 운영하면서 투자 원리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마침내 2001년 3월 23일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철도주식회사와 건설 협약을 체결했다. 나의 운명이 결정된 날이다. 그리고 6년 후인 2007년 3월 나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사이 1단계 운행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서울역까지 갈 예정이다.

이건 대형 국가재정 사건이다

요즘 힘들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나를 이용한 승객수가 사업협약서가 예측한 것에 비해 7%라니! 얼마 전 정부가 다시 계산해 보았지만 계약이 완료되는 30년 후에도 실제수요는 여전히 예측수요의 33%에 머물 것으로 나타났다.

미안하다. 이로 인해 내가 당신들의 귀한 세금을 축내고 있다. 그것도 천문학적인 규모로. 계약서에 있는 최소운영수입보장 항목 때문이다.

정부와 인천공항철도주식회사는 협약서를 작성할 때 앞으로 승객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예측수요의 90%까지 정부가 보상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김포와 인천을 오갈 때마다 당신들의 세금이 인천공항철도주식회사로 빠져 나간다. 2007년 1040억 원, 2008년 1666억 원. 앞으로 30년간 얼마나 될까? 놀라지 마라. 연평균 4610억 원, 총 13.8조 원이다. 이건 내가 보기에도 대형 국가재정 사건이다.

민간회사는 왜 나를 매각하려 할까?

이곳저곳에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이상하다. 갈수록 나의 건설 과정에 무엇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나에게 투자한 민간회사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들은 내가 개통한 지 2개월 만인 2007년 5월 금융투자자들과 지분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승인해달라고 정부에게 요청했다. 준비과정을 생각하면 내가 운행도 시작하기 전에 나를 팔아버릴 작정이었던 셈이다. 30년 동안 나를 돌보겠다고 해놓고선....

난 민간회사들이 나를 장기간 운영하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이들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 덕분에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받고 있다. 요새 같은 저금리에 보통 사업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를 넘기겠다니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혹 이들에게 숨겨야 할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이 아닐까? 매년 40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낭비하는 나에 대한 진실 말이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당사자로서 대형 국가재정 사건이 사회적으로 더 뜨거워지기 전에 빠져나가려는 것은 아닌가?

난 알고 싶다. 내가 정말 그렇게 시급한 사업이었을까? 2000년 인천공항이 개통되면서 같은 해 이미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운행을 시작했는데, 이듬해인 2001년에 정부는 나를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신들도 궁금할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수요를 높게 잡을 수 있었을까? 보조금을 많이 받아내기 위해 예측수요를 부풀린 것 아닌가? 감사원조차 민간회사의 수입보장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탄했는데, 민간회사들이 이를 악용한 것은 아닐까?

지금 옆집 인천공항고속도로도 수요가 예측치의 절반에 불과해 속을 썩이고 있다. 올해 10월이면 인천대교까지 개통될 예정이다. 두 친구 모두 최소운영수입보장율을 80%로 보장받았는데, 인천공항고속도로는 개통 이후 어느새 5000억원 이상 정부 보조금을 받아 갔고, 인천대교는 개통도 하기 전에 벌써 '세금 먹을 하마'로 불리우고 있다. 인천공항 가는 길에 BTO 3형제가 박 터지게 생겼다.

사건 규명을 외면하는 정부

▲ 인천공항철도가 '탄생'할 당시 철도청장이었던 정종환 현 국토해양부 장관. ⓒ뉴시스
정부의 태도는 더 이상하다. 지난 3월 30일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민간회사들의 지분 매각 요청을 사실상 받아들였다. 금융투자자 대신 한국철도공사가 나를 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건이 바뀌었다. 한국철도공사에게 적용되는 최소운영보장수입율은 90%가 아니라 58%이다. 그만큼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보조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나 만큼 가엾은 것이 한국철도공사다. 공기업으로 수익을 추구하진 않는다 해도 58% 보장율로는 나를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도 적자로 고생하는데 정말 안됐다. 철도선진화계획에 따라 내년까지 영업적자를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민영화된다고 하던데.....

난 정부가 민간회사들의 매각 요청을 보류시키고 사건의 진상을 조사할 줄 알았다. 고작 예측의 7%에 불과한 수요, 그로 인한 천문학적인 정부보조금, 이를 보면서도 그냥 넘어가다니, 정말 호탕한 정부다.

그 런데 혹시 정부에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시 민간자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이 사업을 승인해 준 당사자가 바로 정부다. 과연 민간회사가 내놓은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했을까? 총건설비가 4조원이 드는 국책사업인데, 이후 예측수요의 90%를 보장해 주어야하는 사업인데, 수요 산정이 정확한지 꼼꼼히 따져나 보았을까? 그 자료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요즘 알아낸 사실들

요 사이 내가 새롭게 접한 사실들이 있다. 나를 만들 때 '예비타당성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조사는 국책사업으로 공사규모가 500억 원 이상일 때 실시되는 것인데, 이 제도가 도입되기 직전에 현대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는 바람에 나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단다.

수소문 끝에 몇 사람 이야기도 들었다. 당시 계약에 서명한 정부 측 대표자는 철도청장이었다. 지금 이 분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있다. 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다면 이 분이 조사책임자이면서 피조사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어쩌나!

▲ 인천공항철도 계약 당시 건교부 장관으로 참석했던 김윤기 전 장관은 현재 인천공항철도 사장이다. ⓒ연합
또 한 사람 있다. 당시 주무장관으로 계약에도 참석하신 건설교통부 장관이다. 이 분은 2001년 3월 23일 나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이틀 후인 25일 장관직을 떠났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04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공직자는 관련 사기업체에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 한다) 인천공항철도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이 분은 지난번엔 건설계약 승인자였고 이번엔 지분매각 요청자로 전면에 서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을 밝혀 달라

난 지지리도 운이 없다. 예비타당성조사 자료가 없다니, 나의 건설을 결정하신 분들이 지금 사장님, 장관님이라니...이러다간 내 비밀을 알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사장님, 장관님 대신 당신들에게 편지를 쓴다. 난 7% 철도라는 불명예를 견디기 힘들다. 더 이상 '세금 먹는 하마'가 되고 싶지 않다.

이제 곧 한국철도공사가 민간회사의 지분을 인수해 새 주인이 될 모양이다. 그 전에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정말 내가 그렇게 급히 태어나야 했는지, 도대체 아이들도 비웃을 예측수요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었다던데 정부는 어떻게 검사를 했는지.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태어난 많은 나의 친구들이 비슷한 처지에서 하소연하고 있다. 세금을 내는 건 바로 당신들이다. 제발 내 출생의 비밀을 밝혀 달라.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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