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 서기지부 교선부장


  결국 우려했던 대로 신임 철도공사 사장에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임명되었습니다. TK, 고려대 출신의 대표적인 MB 낙하산 인사로 지난 대선 때 MB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허 전 청장은 취임과 동시에 대전역 사건이 벌어진 3월 19일 다음 날 본사의 인사노무실장을 대기 발령시키더니, 여객계획팀장이었던 최순호씨를 인사노무실장으로 발령을 냈다고 합니다. 또한 취임식을 방해한 철도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을 모조리 채증하여 고소, 고발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는데, 이미 현재 65명이 업무방해 및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경찰의 출두 명령을 받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철도노조는 이에 대해 분명한 노조탄압으로 규정하고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과 더불어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경찰청장 시절 농민시위를 무리하게 진압하다 농민 2명을 사망시킨 이력을 가진 인물답게 취임부터 요란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MB 낙하산 인사의 결정판

  허준영 사장은 MB낙하산 인사의 결정판으로 불립니다. 물론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인사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언론사로는 YTN부터 시작해서 KBS, 스카이라이프, 아리랑 TV, OBS.. 공기업으로는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농촌공사, 도로공사, 토지공사, 조폐공사, 주택공사, 연금관리공단... 일일이 열거하려면 끝도 없습니다. 참고로 뇌물수수 혐의로 옷 벗은 코레일 전 강경호 사장 역시 대표적인 MB의 낙하산 인사였고, 전전 사장이었던 이철은 노무현정권의 낙하산 인사였습니다.
  참고로 현 김해진 철도공사 감사는 대통령인수위원회 전문위원과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언론특보를 역임한 바 있고, 코레일 유통의 이학봉 사장도 이명박 대통령후보 정책특보와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출신이며, 이가현 코레일 네트윅스 사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과 후원회 부위원장을 거쳤습니다. 이쯤되면 철도가 정부 낙하산 부대의 새로운 기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낙하산이 아니라 우산이다?

  허 전 청장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낙하산 유감’ 이라는 글이 게시되어 있습니다.

우리사회 일부 인사들이 제가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 받기도 전에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 운동을 벌인 데 대해 어이가 없었으나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개인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의 소견을 말씀드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중략) 아무튼 낙하산 인사라는 말은 가당치 않다고 생각하며, 굳이 별명을 붙여 주시려면 철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하여 나아갈 때 불어 닥칠 비바람을 막을「우산」인사라고 해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아니듯 낙하산이 우산이 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뻔뻔하게 버젓이 이런 글을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건 애당초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됩니다. ‘다른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허 전 청장이 어릴 적부터 꿈꾸었던 개그에 대한 욕심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이 정도의 센스와 감각이라면 방송국 개그맨 공채 시험은 따 놓은 당상이 아닐까 합니다. 웃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어이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실소를 자아내게 만드는 개그는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희소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죠.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발군인 것 같습니다.


탁월한 리더쉽과 단호한 추진력만으로는

  평생 경찰에 온몸을 바쳤다던 그가 스스로를 철도에 적임자라고 합니다. 15만 경찰을 이끈 탁월한 리더쉽과 단호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잘 할 수 있다며 오만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전문성은 단지 리더쉽과 추진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리더쉽과 추진력은 어떤 조직이든지 리더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덕목일 뿐입니다.
  경찰은 사회제반분야에 대해 정통하므로 경찰 지휘관은 어느 분야를 맡겨도 잘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 15년 전까지만 해도 그러한 사회적 통념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사회가 지금처럼 전문화, 다양화되기 이전에는 한 가지를 잘 하는 사람은 어딜 갔다 놓아도 잘하기 마련이었고, 사회는 이러한 인재를 필요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허준영씨는 정권의 요구에 부응할 순 있겠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할 적임자는 아닙니다.
  또한 경찰과 같은 위계적이고 상명하복에 철저한 조직을 이끌던 경험은 과연 득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무리 공기업이라지만 철도는 군사조직이 아닙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에게 필요한 것은 나서야 할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판단력이 아닐까요? 아무 때나 어디든지 일단 들이대고 나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는 것은 아마추어의 방식입니다. 철도가 무슨 아마추어를 위한 경영 스쿨도 아니고.... 넘치는 자신감이 오히려 철도를 망치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농민 2명 사망한 일로
경찰청장이 물러나는 것은 소가 웃을 일?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김석기의 선배답게 지난 참여정부 당시 경찰청장으로 재임하면서 농민시위 도중 농민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중도사퇴한 인물입니다. 당시 허 전 청장은 경찰의 책임이 없다고 버텼으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 경찰폭력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과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신동아 2006년 4월호에 실린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인터뷰 발언의 일부입니다.
"경찰 총수로 농민 사망에 책임은 있지만 물러날 일은 아니었다"
"시위도중 숨진 농민들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과 70대 노인이었고, 과거
2006년 농민대회 당시 쓰러진 전용철 농민
 이한열 사건처럼 경찰의 명백한 과실로 사망한 것도 아니다”
“이런 일로 경찰청장이 물러나는 것은 소가 웃을 일"
"불법 시위과정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국가원수가 대국민 사과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아래는 위의 망언에 열 받은 故 전용철과 함께 농사짓던 농민이 허준영 전 경찰청장에게 보낸 편지 내용입니다.
“TV를 통해 당신의 발언이 자막으로 떠오를 때 저는 냅다 베개를 던졌습니다. 다른 던질 것이 있었더라면 TV는 부숴 버렸을 것입니다. (중략) 당신은 '임기제 청장'을 지키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수치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임기제 청장의 본질은 정치권으로부터의 고유한 경찰업무 독립이라는 경찰조직의 자주성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무고한 농민을 숨지게 한 주범에게도 통용이 될까요? 구속수사가 원칙이지요. 당신은 2005년 1월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때 부동산 투기, 주식투기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 받았습니다. 병적기록표를 보면 고도근시와 색맹으로 군보충역판정을 받고 대학에 다니면서 동시에 군복무를 해 병역기피 의혹도 샀습니다. (중략) 더 이상 우리 눈에 피눈물이 마를 수 있도록 제발 가만히만 계셔 주십시오. 정치판에 뛰어들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숨진 두 농민을 이용하지 마십시오. 청장 퇴진의 불명예를 더 이상 호도하지 마십시오. 당신 지역 주민들도 이제는 예전의 주민이 아닐 것입니다. 두 농민의 죽음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마십시오. 제발… 제발… 가만히만, 가만히만 있어 주십시오!”

  간추려보면 당시 그의 사퇴는 청와대의 입김에 따른 것이었지, 스스로가 원한 바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겨우 그깟 일로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는 게 억울해서, 이런 관행을 고쳐보고자 자신이 직접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 결국 한나라당에 입당합니다. 물론 현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한테 밀려 공천에서 떨어졌지만, 사실 이 때문에 최근의 코레일 사장 내정은 ‘보은인사 아니냐’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철도 구조조정의 적임자

  철도공사는 2010년까지 영업적자를 50% 축소하지 못하면 민영화 대상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2012년까지 정원의 15%가량인 5115명을 줄이는 구조조정도 진행해야 합니다. 때문에 공기업 선진화(=구조조정)를 둘러싸고 벌어질 노동조합의 저항을 막아내기 위한 MB의 전략적 인사라는 노동조합의 주장이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 것입니다. 공사는 이미 지난 4월 1일 직제상 정원 5115명의 일괄 감축에 대한 협의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각주:1]
 
  허준영 신임 사장 취임 이전부터 사실상 철도공사 간부들의 자발적인 충성경쟁과 극심한 눈치보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취임 직후인 다음 날 인사노무실장이 경질되더니 본사와 지사 관리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조직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번 새로운 사장이 취임하면 인사개편에 대한 소문으로 본사와 지사의 관리자들은 홍역을 치르곤 했는데, 이번만큼은 강도 높은 인사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현장의 관리자들 사이에서도 “본사와 지사의 2급 이상 또는 53년생 이상 직원들에 대해 사실상의 명퇴를 강요하고 있어 납작 엎드린 분위기이다”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습니다.


비전문적 낙하산 사장 반대, 공공참여 이사회 도입 요구

  철도노조는 허준영 신임 사장에 대해 ‘MB정권 낙하산 인사의 결정판’이라며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매번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공참여 이사회 도입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철도노조 기획국장에 따르면 “현 한국철도공사의 이사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거수기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공참여 이사회를 도입하여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인사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1. 직제상 정원 31,655명 중 4,400명을 감원하여 27,255명으로 한다는 것이다. 선진화 계획 5,115명 중 직제에 반영된 ‘08년 감축분 715명은 제외되었다. 감축대상으로는 일반직 3-6급.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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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서문 
아직도 낙하산 안 찢어졌나 | 김선욱

이야기가 있는 흑백사진 | 김찬봉                                   
공기업 선진화 드디어 포문을 열다 | 신선철                

 특집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화려한 외출 | 김선욱
식당외주화 차라리 밥상을 뒤엎어라 | 허병권

 기획 
노동 5권을 아십니까 | 권석훈
제3노총 자본의 사냥개가 달려온다 | 박흥수

 다시 읽는 詩 
기형도 | 정창식

 조합원마당 
VAN HALEN | 장동수
슬럼독 밀리어네어 | 최경석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 최윤환
가칠봉 시산제 | 이상춘
미래소년 코난 | 김남균

 연재 기유니의 승무일지
협궤열차 그 아련한 추억 | 류기윤

 지리산에서 온 편지 
나 어찌 사냐고 | 이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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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씨를 철도 개그맨 공채 1기로 임명합니다. 우.산.인.사?




김진용씨는 누굴까요? 오랫동안 재야에서 철도공부를 하며 때를 기다리는 철도계의 고수일까요? 아무튼 허준영사장은 이분에게 연락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방명록은 온통 아부성 발언 일색인데, 이렇게 개념찬 글도 있습니다.



링크 >> 허준영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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