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훈 | 조합원


 

복수노조 허용 유예 마지막 13년째

  복수노조 금지 조항이 노동조합법에서 사라지고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관한 조항이 신설된 지 어언 1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기업별 노조에 한하여 두 차례 에 걸친 유예기간 연장이 있었고, 두 번째 유예기간도 이제 8개월을 남겨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예기간을 계속해서 연장한 이유는, 지난 호에서 간략하게 말씀 드렸던, 우리나라 의 대부분의 노조가 산별이 아닌 기업별 노조라는 기형적인 형태라서, 복수노조가 전면시행이 되면 산업 전반에 있어서, 노노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무엇보다 늘어난 만큼의 노조와 일일이 교섭을 해야함으로써, 단체 교섭 창구상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사용자측의 고민을 더 고려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한 논의를 마치기 전까지는 복수노조를 금지하겠다며 허용을 두 차례나 연장 하였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된 논의도 하지 못한 채 13년의 세월동안 두 번씩이나 양치기 소년의 거짓 외침이 되었습니다. 과연 이제 남은 8개월이 마지막 유예기간이 될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끝날지? 이번호 에서는 복수노조와 관련하여 글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정말 시행은 하는가?

  이미 작년 9월 이영희 장관은 “복수노조 허용은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는 성격이며, 기업과 노조의 준비를 위해 복수노조 허용을 빨리 매듭짓겠다 ”고 공언한 바 있었고, 노동부는 10월부터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문제의 입법시한에 대하여 올 상반기 중으로 마무리 짓겟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얼마 전부터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나오는 것을 보니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긴 하지만, 복수노조 시행은 거의 기정사실이 된 듯 합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부터 복수 노조가 허용될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지 않으면 사측이 회사 내 각각의 노조와 임금 등 단체협상을 벌여야 한다”며 “이 때문에 회사 내 노조 간의 교섭창구 단일화 및 단체교섭 방법과 절차 등을 규정한 관련법을 6월 30일까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동아 4월14일자 -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그런데 하나의 의문점이 생깁니다. 복수노조가 허용이 되어, 두 서너 개의 노조가 난립하게 된다면, 사용자는 각각의 노조와 일일이 교섭을 하고 그 교섭 결과에 따라, 노동자들은 소속노조 별로 교섭 결과에 따라 서로 다른 노동조건과 대우를 받게 될까요?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앞서 말한 바 대로 교섭창구의 단일화를 강제 하려 하고, 그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금까지 시행을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목적은 단체 교섭에 한 번만 응하려는 사용자측의 편의를 더 고려해 준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동일 현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동일해야 한다는 평등원칙이 있기 때문에 창구 단일화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방안으로 몇 가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방안으로는 선거를 통하여 다수의 노조 중 대표노조를 선출하여, 교섭 창구에 내보자는 배타적 교섭대표제라는 방안과,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소수조합에도 최소한의 인원수를 배정하여 교섭위원회를 구성시켜서 교섭창구에 내보자는 비례적 교섭대표제가 있으며, 또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안들이 거론 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언론이나 여러 문헌자료들을 종합해보았을 때, 배타적 교섭 대표제와 비례적 교섭 대표제가 가장 주요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던,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권을 조금이라도 침해하는 방안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면 안 될 것이며, 노동조합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해치고 노동자의 단결을 해하는 방향으로 악용되어져는 결단코 안 될 것입니다.


또 하나의 난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

  창구 단일화와 함께 사용자측의 입장을 고려해 준 특별 서비스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조항이라는 것이 또 다른 난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원래의 취지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경비를 지급함으로써 발생하게 될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귀속됨을 막아 경제적으로도 독립해 자주성을 확립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노조 수가 늘어나면 전임자 수도 늘어날 것이며, 그에 따른 전임자의 임금을 사용자가 부담하게 된다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사용자의 입장을 한 번 더 고려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복수 노조허용과 샴쌍둥이처럼 태어나 13년째 같은 유예기간을 두고 있으며, 둘이 절대적으로 분리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개인적인 의문이지만 복수 노조가 허용이 된다고 해도 전임자의 임금지급이 금지된다면, 돈이 없는 노동조합은 조합비로 전임자 임금 충당하기 바쁘기 때문에 노조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며, 재정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설립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므로, 복수노조 허용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집니다. 그런데 왜 굳이 같이 묶어서 유예기간을 두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따라서 복수노조는 허용하되 임금 지급금지는 폐지하던지, 안되면 노동조합이 경제적으로도 완전한 자주성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유예기간을 더 늘려야 합니다.


복수노조 약인가 독인가?
 

  구 노동조합법에서 복수노조를 금지하였던 것은, 어용노조의 출현으로 기존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저지하여, 노동조합의 조직과 관련되는 분규를 사전에 예방하고, 노동자의 단결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자는 취지에서 규정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과거 철도 노동자들에겐 이러한 규정이 오히려 독이 되어 88년과 94년 투쟁의 정당성이 훼손되었고, 어용노조에 의해 민주적 절차를 요구하는 현장 조합원들의 의사는 철저히 기만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의 철도노동조합은 바로 이러한 어용노조를 무너뜨리고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수많은 선배 노동자들이 피와 땀을 흘려야만 했던 고단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복수노조가 절실히 요구되었던, 과거 어용시절에는 정작 금지 되어 있다가 민주노조로서의 기틀을 확립한 지금에야 허용된다는 사실은 철도노동조합에게는 결코 약이 되진 않을 것 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더구나 얼마 전 노동부가 경총의 진정을 받아 운수노조를 법외 노조로 분류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고, 산별노조의 기틀이 아직 굳건하지 않아 기업별노조의 음영이 그대로 남아 있는 현실에서, 복수노조 허용이란 노동자의 단결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정 노동조합법에서 복수노조를 허용한 취지는 헌법에 규정된 단결선택의 자유보장과 ILO 협약 87조(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에 비준함으로써 이루어진 결과물이므로, 민주노조로서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함이 마땅하며, 노동조합도 이제 독점체제에서 벗어나 앞으로 생겨날 노조와의 경쟁체제에 노출이 되었음을 자각하고, 이에 따른 준비를 철저히 해야할 때라고 생각 합니다.
 
  또한 철도노조는 억울하게 70억이라는 채무를 지고 있는 실정이고, 게다가 전임자 임금지급금지까지 병합 되었을 때 지게 될 재정적 부담은 분명 노동조합의 역할수행에 큰 장애가 될 것입니다. 이에 따른 최선의 대책들이 좀 더 현실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서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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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상민 2009.05.10 2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권석훈 기관사님 .
    글 잘 읽었습니다...
    내공이 상당합니다..일목 조목하게 쉽게 잘 정리하셨군요..

    앞으로 많은 건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