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 서기지부 교선부장






허철도의 이중성

  얼마전 YTN에 허철도가 등장했다. 인천공항철도 인수와 관련한 앵커의 질문에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일환이라는 어이없는 답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정부에 대해서는 막대한 부채도 인수하는 한없는 자비를 베푸시는 한편 직원들에게는 인정사정없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이중적 태도에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다르게 표현하면 인천공항철도의 인수는 철도 직원들에게는 ‘아닌 밤에 홍두깨’이고, 구조조정은 정부에 대한 ‘허철도의 자비’요, ‘충성심을 가늠하는 지표’인 것이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철도의 인력 시스템(구조)을 리모델링(조정)하겠다고 만천하에 떠드는 와중에 감사실에서는 전국 각 기관차 지부에서 현재 운용중인 지부조를 폐지하라는 공문을 발송, 구조조정을 둘러싼 본격적인 싸움에 앞서 가벼운 잽을 날리며 탐색전,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지부조 뿐 아니라 학생조를 포함 별도로 운용되는 모든 승무조에 대해 시비를 거는 형국이다. 지부임원들의 손발이라도 꽁꽁 묶어 노동조합 전체의 활동력을 저하시키려는 속셈인가? 이미 승차권 문제부터 구내식당 외주화까지 어느 하나 기존 단협을 지키는 법이 없는 철도공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다시 단협 4조[기존의 노동조건과 조합활동 권리보장]에 의거, 단협 위반임을 친절하게 설명할 인내심은 더는 남아있지 않다.


쫄리면 뒤지시던가

  현재 교번근무자에게는 1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적용되고 있으며, 단협 및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 시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감사실 마음대로 지부조를 폐지하고 싶다면 앞으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아닌 8시간 근로제를 적용하면 될 것이다. 왜? 그렇게 할 자신은 없는가? 영화 타짜의 주인공 고니라면 이렇게 한마디 덧붙일 것이다. “쫄리면 뒤지시던가"

  안면몰수에 귀머거리, 심지어 단기기억상실자 행세까지 하며 ‘이젠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케케묵은 유행어를 연상시키는 공사의 행태는 아무리 봐도 진부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진부한 방식을 고수해야 하는 나름의 애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애로의 배경에는 허철도가 두터운 배를 자랑하듯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임감독 허철도, 실험성과 폭력성 겸비

  ‘지부조 폐지’라는 감사실의 지시는 일차적으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나, 저들은 ‘무지’조차 일종의 전술로 활용하는 듯 하다. 하지만 사실 이 분야의 거장은 따로 있다. 인천공항철도를 한치의 의심도 없이 무식하게 덜컥 받아버린 그리고 아직도 스스로를 대한민국 폴리스라고 착각하는지 이사회장 앞을 육중한 물대포를 앞세워 수틀리면 언제라도 발포할 수 있다는 강한 포스를 각인시킨 신인 감독 허철도이다. 4월 23일 대전청사 이사회장 앞의 미장센(mise en scéne)은 국가의 원수와 장로를 겸직하는 자를 믿으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맹목적 신념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불행케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한 거대한 인류학적 실험장을 방불케했다. 또한 화려한 전력 때문인지 신인 감독치고는 결코 작지 않은 스케일이었다.

  진부한 감각에 무지몽매하기까지 한 본사 관리자들과 과감한 연출력을 선보인 신인감독 허철도의 호흡이 톱니바퀴처럼 척척 맞아들어가게 되는 순간 ‘철도 구조조정’이라는 비극적 대서사극은 완성될 것이다. 허나 매도 맞아본 놈이 안다고 했던가? 수십 년간 왜곡된 여론의 질타와 경찰의 몽둥이에 이골이 날대로 난 철도노동자들이 아닌가? 허감독의 의도마냥 비극의 대서사극이 무대 위로 올라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철도노동자가 보수언론이 묘사하듯 불법을 일삼는 전문 싸움꾼은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리스도나 고타마 싯다르타와 같은 무한한 용서와 사랑의 화신도 아니다. 다시 말해 허감독 아니 허철도에게 베풀 자비란 없다.

'2009년 서울기관차 노보 > 2009년 5월 노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Oh, Inchon!  (0) 2009.05.08
그깟 식당문제로 안전운행 투쟁을?  (0) 2009.05.08
신인감독 허철도의 이중적 태도  (0) 2009.05.08
텅 빈 교실  (1) 2009.05.08
사장이 아니라 조폭입니다!!!  (4) 2009.05.08
2009년 5월 노보  (0) 2009.05.08
Posted by 서기지부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