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식 | 조합원


▲ “우리답게 싸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구내 모습




그 시절에는 그랬다.
유혈이 낭자한 홍콩 느와르가 되었건, 키득거리며 숨어보던 애마부인이 되었건 영화를 보고 싶으면 모두가 기립하여 왼가슴에 손을 얹고 엄숙한국민의례의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지금도 그렇다.
새들은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어디론가 날아’갈 수 있는데, 그처럼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 우리를 주저앉게 하고, 통제하던 씁쓸한 현실을 풍자한 시인은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반들거리는 얼굴을 한 양촌리 이장 둘째 아들에게서 과거를 다시 보았을 것이다.

지금 자유는,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아니라 흥행영화 ‘워낭소리’에 광분하는 이명박 정권의 천박한 문화 정책은 어떠한가? 정신적 자유를 표현하는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는 법과 질서라는 이름으로 철저한 규제를 가하고. 정반대로 소유의 자유, 재벌의 자유, 대기업의 자유, 족벌의 자유에 대해선 무한한 자유를 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지금은,
심각한 모순과 훼손된 자유의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황석영작가의 궤변보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과 황지우 시인의 저항이 훨씬 ‘예술스럽다.’ 예술가들이야 말로 사회와 시대의 자유에 대하여 가장 예민해야하지 않은가.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황지우『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3년 김수영문학상>


▲ 문화부의 표적감사에 항거하기 위해 사퇴한 황지우 총장 사태에 항의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의 예술적 시위


'2009년 서울기관차 노보 > 2009년 6월 노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도박물관에 가자  (6) 2009.06.12
지금 황작가와 황시인을 생각한다  (1) 2009.06.11
닥치고 단협준수  (0) 2009.06.11
인건비 비중 57%의 진실  (1) 2009.06.11
아! 노무현  (1) 2009.06.11
시작은 작고 미약하였으나  (0) 2009.06.11
Posted by 서기지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구)애독자 2009.06.12 15: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월것인줄 알았더니 6월 것이네. 게으름은 누구도 못말린다더니 잘 보았어요.
    지난 번 기형도 시집 사봤는데 이번에도 사볼끄나!